가부장제의 창조

 

                                                                                               청주여성의전화 양정희 회원

 

   어린 시절 막내로 태어나 개방적 성격의 아버지에게 천방지축으로 어려움 없이 자란 내가 너무나도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을 만난 것은 어쩌면 모난 돌이 둥글어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여성의 전화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독서모임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책의 제목을 보고 속 터지는 내속을 알아주는 책이겠다 싶었다.

   독서를 함께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여성폭력기관에서 일하시는 직원들이었는데 독서모임을 하며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면 너무나 거품을 물며 성토를 하여 내가 뭘 잘못 말한 건가 싶을 정도였는데 갈수록 왜 그런지 공감이 되었다.

목차부터 서문, 1장까지 읽는 동안 벌써 가슴이 막혀왔다.

  속 터지는 답답한 내속은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인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역사는 너무나 오래되어 무려 2500년 동안 이어져 뼛속까지 DNA로 인간들 안에 속속들이 배어있었던 것이었다.

   역사학자이자 여성해방 페미니즘 이론가인 거다 러너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히브리 성서 확립에 이르는 기간까지 가부장제가 확립되어 가는 기나긴 과정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 고고학적, 문학적, 예술적 증거들을 활용하고, (sex)/성별(gender)에 관한 개념의 발달을 보여준다. 또 이것들이 어떻게 가부장적 성별 관계의 바탕으로 서구문명에 통합되었는지 '큰 그림'을 그려낸다.

   역사 안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지 지금 남성중심의 폭력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이것은 애초에 모났던 내가 결혼하며 둥글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아무 저항감 없이 순응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그에게 사회에게 현 인류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 책을 마무리하며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한 인간으로 존엄하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